시칠리 한 달 살기

이것은 에어비앤비 절망편인가 희망편인가

달잉 2025. 4. 1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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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타니아 공항 도착해서 버스표를 끊을 땐 기분 좋았다. 왜냐? 한시간 넘게 걸리는 옆도시 이동하는데 버스비 한 만원상당? 심지어는 밤 버스였는데 공항에서 시라쿠사까지 나랑 어떤 이탈리안 언니랑 기사님 이렇게 셋이 타고 감. 정류장에 일일이 설 것도 없이 나한테 어디 내리냐고 물어보고 거기 내려주었음. 미친 가성비. 이게 영국에서 짐 두 개 들고  공항까지 택시비 14만원 때려박은 날 저녁에 일어난 미친 가성비니까 드디어 숨통이 트였겠지요. 

그리고 내가 진짜 인종차별하려는 건 아닌데 진짜 어쩔 수 없이 그 나라마다 스테레오 타입은 있고 그게 무시는 못할 것 같다. 영국인들 중에도 버블리한 인성에 통통 튀는 점원들 있지. 근데 대부분은 굉장히 삶에 찌들어 있는 느낌(특히 런던)이고 사람들이 친절...하다기 보다 그냥 뭐랄까... 참... 친절은 한데 친절해야 해서 친절하다는 거랄까? 퉁명스러운 느낌이랄까 차라리? 좋고 나쁘고 보다도 그 뭐랄까 회색 도시에 갇힌 인간들의 억눌린 자아 이런 느낌이 난다 말임. 그리고 런던 같이 있으면 나도 되게 그렇게 되는 느낌이었음... 내가 안 맞아서 그런 거겠지. 누군가에겐 런던이 좋겠지만...

암튼 그랬는데 이탈리아에 대한 나의 편견을 뭐냐면

사람들이 다 친절하다 이런 게 아니고. 뭔가 진심으로 흥분하면서 행동하는 게 있어 뭐랄까 표 끊어주는 직원이 툭툭 댄다고 하면 그건 자기가 막 통화중이라서 그렇다고 해야 하나? 아 말로 설명이 안 되네. 그리고 시칠리아는 확실히 도시가 아니라 촌에 가까워서 내가 더 그렇게 사람들을 순박하게 본 거겠지만... 아무튼 같이 버스타고 온 기사 오빠랑 승객 언니도 그렇고 시작이 좋았다. 아 물가도 그렇고 부대끼는 사람들도 이렇게 숨통을 트는구나 싶었음. 

근데 다만 한 가지 싸했던 건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내가 분명히 열시에 도착할 거라고 했는데 뭐 한 여섯시부터 자꾸 언제 오냐고 몇시 오냐고 하고

내가 버스 타면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버스 기다리는 중에 막 닦달하고 이래서 나 좀 기분이 별로였음

인터버스 내려서도 캐리어 힘들게 끌고 가고 있는데 어디냐 자기 와 있다 이래서 또 좀 빈정상함 아직 아홉시도 안 됐는데요... 

근데 그 언니가 영어는 못하고 이탈리아어로 에어비앤비 앱 자동 번역이 되고 있더라고 메시지가. 내가 또 일본에서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호스트하고 이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좀 알고 있다. 말이 번역이 될 때 굉장히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번역되는 차이에서  말의 알맹이 말고도 어투 관련 빈정이 상할 수가 있음. 내가 쓰는 영어도 서툴러서 영어권 호스트들한테 그렇게 비쳤을 수도 있을 거고. 

그렇게 한 수 접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 언니가 상당히 급해 보이더라. 아니 하루 묵을 게스트도 아니고 한 달을 있는데 좀 성의있게 좀 소개해주지 뭐 다 있지도 않아서 내가 다 뒤져야 했음. 그리고 언어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내가 언니한테 

근처에 슈퍼마켓이 있냐

고 물었더니

있다. 여기는 센트럴이다

하고 답해서 좀 벙쪘었음 ㅋㅋ

영어로는 이 근처에 있냐고 물어보면 어딘지 알려달라는 건데 이탈리아어로는 다른 건가 생각함

그렇게 그녀가 급히 떠나고.. 이 집의 문제가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함 

 

와이파이가 안 됨.

이건 중대한 사안이라서 당장 말했더니 다음날 와서 봐주기로 했다. 

근데 리스트에는 있는 샴푸 샤워젤 이런 것도 없고 비누도 없고(손어떻게씻?) 뭐 행주도 없고(부얶에 물기를 안 닦아도 되는 건가...?) 난리임. 그래서 물어봤더니 어디 열어보라고 했음. 거기 보니까 거진 다 떨어진 샤워젤이 있고 샴푸는 없었다. 아무튼 언니가 다음날 갖다준다고 해서 오케이 했음.

이때를 기점으로 언니가 왓츠앱에서 말하자고 함.

호스트들 중에 왓츠앱이 편해서 거기로 옮기자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나는 호스트가 믿을 만하면 그렇게 하는 편이고 애매하면 그냥 무시하고 에어비앤비 앱에서 얘기한다. 혹시 갈등이 생기면 에어비앤비 통해서 컴플레인 넣어야 할 거 아닌가. 

근데 이 언니 아무튼 뭐 다 들어준다고 하니까 왓츠앱 가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근데 이번엔 화장실 휴지가 세개 하고도 반개 있는 거임. 아무리 생각해도 한 달쓰기엔 모자라서(친구도 일주일 옴) 오는 김에 갖다달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해서 그 말을 했다. 근데 이 언니 왓츠앱 옮긴 이후로라서인지 아니면 화장실휴지 이야기에 빈정상한건지 무튼 그때를 기점으로 .......마침표 엄청 찍으면서 싫은티 팍팍 내면서 장문으로 답장하는 거다. 그리고 번역기 탓인지 원래 그런식으로 말을 했는지 말도 되게 기분 나쁘게 함. 그래서 나는 왓츠앱 고장난척하고 에어비앤비로 얘기하자고 했다. 화장실 휴지 내가 산다고도 했다. 이런 걸로 소모적으로 굴고 싶지 않았음. 언니가 알겠다고 에어비앤비 앱에서 다시 친절해짐(응??)

이게 참 애매한 게 뭐냐면. 한 달살기 하다보면 호스트들이 다 다르다.

예전 태국에서 한 달 살기 했을 때는 나도 내가 화장실 휴지 사야지 했는데 그 호스트가 그거 왜 샀냐면서 갑자기 자기가 24롤을 주문하더니 넣어놓고 쓰라고 한 적이 있었음. 심지어는 일주일에 한번씩 클리너도 보내줌. 그래서 원래 이런가 ? 했는데

일본에서 청소 사람 보내주나요? 했다가 호스트가 띠용함 

런던에서 한달살았을때는 언니가 나 먹는 커피까지 그 종류 말하니까 새로 사줌. 생필품은 이제껏 어딜가든 다 있었고... 

해서 화장실 휴지도 말한 것인데

이 언니 말대로 한 달은 장기숙박이니까 살면서 소모하는 물건은 게스트가 사서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은 거라. 그래서 말투가 좀 거슬렸던 거지 뜻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가서 그냥 두고 굿바이 했다.

근데 잠들기 전에... 

여기 베란다가 두 개 있는데 둘 다 문 네짝 다 잠기지가 않는 걸 확인함....

동양인 여자로 해외에서 나다니면서 살면서 풀긴장 상태인데 집에 문을 다 오픈해놓고 잔다? 이거 비상사태임... 개피곤한데도 잠을 엄청 설쳤다. 아침에 말했다.

그러고 오전에 일찍 호스트가 와서는 비누, 샴푸, 바디젤이랑 화장실 휴지도 사와서 내밀었다. 그 언니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휴지를 결국 사와서 주는 거 보면 본인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곳은 안전하니 발코니 문은 안 잠겨도 괜찮다고 해서 나도 뭐 그 말을 들으니까 편안해지길래 알겠다고 하고 보냈다. 검색해보니까 시라쿠사가 치안이 괜찮아서 사람들 안 잠근다는 식으로 나오더라고 ... 그리고 언니가 에어비앤비 앱으로 한번더 발코니 문 안 잠기는 거 여기는 안전하다 어쩌고 메시지 보내줘서 혹시 누가 와서 뭐 훔쳐가도 주인이 안심하라고 안 고쳐준거니까 마음이 더 편해져서 뭐 이제는 발코니 문 어쩌고 신경도 안 쓰이는 상태임. 

그렇게 하루 밖에서 룰루랄라 놀고 들어왔는데.... 샤워했더니.... 

뭐요????????

물이 샤워부스 밖으로 흘러넘칠뻔 했다

아..... 체크인 하루만에 너무 많은 걸 말하니까 내가 까탈스러워 보이나 싶을 정도인데 나는 샤워 빨리하는 편인데 발이 잠겨서 첨벙첨벙 하는 데다가 저러고 족히 삼십분은 넘게 물이 안 내려갔으니까 말은 했다. 와아파이처럼 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말 안 했다가 덤탱이 쓸수도 있고 여러가지 문제로 말했더니 나중에 체크하러 가겠단다. 과연 언제 올런지.... 흠.... 급한 건은 아니니 일단 기다려보겠다. 근데 한두번 더 할때까지 말 없으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언니가 내 아이디 앞뒤면 보내달라고 했다

체크인 급하게 한 와중에 나랑 같이 셀카찍자고 한 호스트는 처음이라서 뭐 어디 나쁜데 쓰려고 하나 하고 의심의 눈을 하고 뒤져봤더니 이탈리아는 정부가 법으로 에어비앤비 게스트 아이디를 받게 하고 있다네요! 당장 찍어서 보내드림! 

저 배수 건을 끝으로 다른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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