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에서 런던으로 가는 날이고, 오전 비행기이며 최근의 나는 수면패턴이 망한 고로 아예 밤을 새우고 있다. 현재시각 오전 3시 반... 나는 6시에 나간다. 나름 이민이지만 캐리어 두 개와 노트북 가방, 그리고 베개 두 개(허리용, 경추용... 작가의 삶이란... 하...)뿐이다. 아직도 짐을 안 쌌다는 소리다. 워낙 자주 싸들고 다녀서 능숙해지기도 했고, 근데 원래 어릴 때 뉴질랜드 어학연수 갈 때도 그전날 밤에 쌌음.
어제의 얘기를 해야겠다.
일단 태국 DTV 신청할 자료를 벌써 다 모았다. 오늘 런던 도착 즉시 어플라이다. 잠와서 뻗을 시 내일. 무조건.
머리를 돌에 세게 박아서 혹이 나고 피멍이 든 건 한 달 전인데 이후로 괜찮더니 요 근래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러운 등의 뇌진탕 현상 비슷한 게 나타나서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떠나야 하는 몸이니 병원도 못 갔다. 영국에서도 심해지면 병원을 가야 할 듯 싶다. 정신과 약을 먹고 도졌나 싶어서 해당 병원에도 묻고 했지만 의사가 차분하게 말을 전달한 것 보면 정신과 약에는 그 정도의 위력은 없어 보이고(내가 많이 안 먹고 바로 중단하기도 했으니) 아무래도 뭐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 뇌진탕이 가장 유력한데 난 뭐 의사가 아닌데다 이래저래 내 마음 편한 방향으로 계속 검색을 거듭한 결과 머리 박은 지 한 달 지나서 이런 증상이 오는 건 아마 뇌진탕 관련 아닌 것 같다는 식의 말을 읽고 좀 마음이 편해졌다. 하루종일 이러니까 토할 것 같다. 인천공항 가서 약을 사야겠다.
근데 토할 것 같은 몸으로도 한국에서 마지막 만찬으로 참돔회를 먹어줬다. 지독하게 맛있었다 잘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카라멜 팝콘은 너무 커서 냉장고에 두고 간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이해해주기를....
나 같은 프로 출국러는 출국 전날이 되면 여러 가지를 자동으로 한다. 여행자 보험을 들고, 실손 보험을 중지하고,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하고 비행기 티켓과 여권 사진을 보내서 이 역시도 납입중지 신청을 마쳤다. 영국에서 쓸 유심을 미리 끼워놓았고 한국 통신사에는 가장 싼 기본 요금제로 문자만 받으려고 전화했는데 예약 변경이 안 된다고 해서 오늘 공항에 가서 다시 전화해야 할 것이다.
가져갈 옷들을 다 빨고 말렸다. 수면안대까지도 빨았다. 이곳에서 인천공항까지의 루트와 시간 계산을 마치고 런던 도착해서 숙소까지의 방향도 다시 봤다. 엘리자베스 라인을 타고 나가서 우버를 불러야 한다. 아 우버도 깔고 카드 등록 완료.
젊을 때는 캐리어 들고 잘만 걸어다녔는데 늙고 나니 예전에 캐리어 끌고 걸어다닐 때 엄마가 왜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이해가 간다. 그때 이해를 못 해서 핀잔 주지만 말고 좀 택시를 태워줄 것을 그랬다. 근데 어쩌나, 자기가 겪기 전엔 남일을 모르지. 이해가 쉽지 않지.
그래도 당일이 되니까 런던 가는 게 덜 귀찮다. 할 것도 좀 생각난다. 하이드파크 좀 걷고... 웨스트 엔드 데이시츠로 공연 봐주고... 공연 또 봐주고... 그래 이번엔 뮤지컬 뽕을 뽑아보자. 그리고 뭐 노트북으로 글이나 쓰고... 도서관에서 노트북 할 만한 곳이 있다던데 가서 보면 알겠지. 예전 여행 때 쓰고 들고 있는 오이스터 카드는 사실상 들고 가도 쓸 일은 없을 듯한데 재미삼아 잔액체크나 해봐야겠다.
아 너무 졸려서. 공항 가면 오늘은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셔야 겠다.
절대 안 자고 가서 도착하자마자 뻗어야 시차적응 잘 되는데.
비행기를 자주 많이 타는데다 올해 건강검진하고 정형외과 다니면서 이것저것 엑스레이를 너무 많이 찍어서 살짝 겁나는 계산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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